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14년 5월, 나렌드라 모디가 인도 총리직에 오를 당시 인도의 1인당 GDP는 1,573달러였다. 2026년 현재 인도는 명목 GDP 기준 세계 6위 경제 대국으로, 5위인 영국 바로 뒤에 있다. 12년 사이에 인도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 고속도로 네트워크, 세금 징수 체계를 동시에 바꿔 놓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독립적 사법 기능과 소수 민족의 경제 참여 지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숫자로 보면 무엇이 중요한가
모디 집권 전인 2013년 인도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4.9%였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이 비율은 5.1%로, 표면만 보면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국방비와 인프라 투자 지출이 각각 GDP 대비 1.2%포인트, 0.8%포인트 늘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덩치가 커진 경제 안에서 적자 비율을 유지했다는 것은 세수 기반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뜻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다. 인도의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는 2023년 한 해 동안 1,17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2016년 출범 이후 누적 이용자는 3억 명을 돌파했다. 같은 해 미국 전체 비접촉 결제 거래량보다 많은 수치다. 더 주목할 점은 이 시스템이 정부 보조금을 1억 명 이상의 농촌 빈곤층 계좌에 직접 이체하는 데 쓰인다는 사실이다. 중간 유통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27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통념과 어긋나는 수치가 하나 있다. 모디 시대의 제조업 고용 비중은 오히려 하락했다. 전체 고용 대비 제조업 비율은 2012년 12.6%에서 2023년 11.4%로 낮아졌다.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이 내세운 제조업 GDP 비중 25% 목표는 여전히 요원하다. 농업은 인도 노동력의 절반 가까이를 흡수하면서도 GDP 기여도는 17~20%에 그치며, 경제가 다변화함에 따라 이 비중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장면
1964~1973한국의 박정희 정권은 국가 주도 산업화의 교과서적 사례로 언급된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당시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사실상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신용 배분 장치였다. 외국 자본을 정부 보증으로 끌어들여 특정 기업 집단에 집중시키는 구조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농촌 부문은 체계적으로 신용에서 배제됐다. 연 9% 성장률이라는 숫자 뒤에는 금융 이중 구조가 자리하고 있었다.
모디의 인도와 구조적 공통점이 있다. 인도 역시 국가가 디지털 인프라를 주도하고, 선별된 산업군에 세제 혜택과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일종의 생산량 기준 보조금)를 집중 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도체, 전자기기, 의약품 등 13개 분야에 2021년부터 5년간 총 260억 달러 규모의 PLI를 배정했다. 한국 1960~70년대의 전략 산업 지정 방식과 논리 구조가 같다.
그러나 한국의 경험이 던지는 경고도 있다. 선별 지원이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수혜 구조가 고착되면 경제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오늘날 한국의 재벌 집중 문제가 1960년대 국가 주도 신용 배분의 장기 유산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표면적으로 모디의 인도는 박정희의 한국이나 덩샤오핑의 중국과 닮아 보인다. 강한 국가, 선별적 지원, 민족주의적 경제 담론이 그렇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다. 5년마다 선거가 있고, 반대 세력이 존재하며, 사법부가 완전히 무력화되지는 않았다. 이것은 제약인 동시에 안전망이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인구 구조에 있다. 한국과 중국이 고도 성장기를 맞았을 때 인구 부양비(생산가능인구 대비 비생산인구 비율)는 낮아지는 추세였다. 인도는 지금 바로 그 구간에 있다. 2024년 기준 인도의 중위 연령은 약 29.8세다. 이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을 고용으로 흡수하느냐, 그렇지 못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느냐가 모디 이후 인도의 경로를 가를 핵심 변수다.
"거대한 국가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희망보다 그것이 실망시키는 속도로 판단된다." —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이 신흥국 성장 연구에서 남긴 경고.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
첫 번째 경로는 제조업 도약 성공이다. 애플, 삼성의 인도 생산 비중 확대와 맞물려 PLI 정책이 효과를 내고, 2030년까지 제조업 GDP 비중이 18%를 넘어설 경우다. 연 7% 이상의 성장률이 지속 가능해지고 인도는 아시아의 두 번째 제조 강국으로 자리를 굳힌다. 다만 이 경로는 전력, 물류, 숙련 노동력 공급이 동시에 개선될 때만 열린다.
두 번째 경로는 서비스 경제 심화다. IT, 금융 서비스, 의료 관광 부문이 계속 성장하되 제조업 도약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성장률은 5~6% 구간에서 안정되고, 도시와 농촌, 교육 받은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사이의 소득 격차는 구조적으로 굳어진다.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는 환경이다.
세 번째 경로는 소수 집단 배제가 경제적 비용으로 전환되는 시나리오다. 무슬림 인구 2억 명의 경제 참여 위축이 내수 소비 기반을 약화시키고, 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둔화될 경우다. 이 경로는 2025년 기준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흐름이 이어질 때 뚜렷해진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인도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와 루피 환율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3개월 연속 순유출로 돌아설 때, 그것은 성장 내러티브가 아닌 지배구조 리스크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