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저축률 급락의 진짜 의미

미국 소비자, 저축률 급락의 진짜 의미
지갑 속 신용카드는 미국 소비자가 저축 대신 선택한 버팀목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5년 1분기 미국 가계 저축률은 가처분소득의 3.9%까지 떨어졌다. 팬데믹 직후인 2021년 초 저축률이 26.6%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7분의 1 수준이다. 숫자만 보면 미국 소비자가 벼랑 끝에 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절반쯤 틀린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저축률(personal saving rate)이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 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의 비율이다. 한 달 수입 중 쓰고 남긴 돈의 비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사람들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거나, 버는 것의 거의 전부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팬데믹 기간에 미국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직접 현금을 지급했고(1인당 최대 3,200달러), 소비는 봉쇄로 막혔다. 그 결과 저축률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었다. 2019년 팬데믹 이전의 평균 저축률은 7~8%였다. 현재의 3.9%는 그 기준선 아래이긴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주택 버블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저축률이 2~3%까지 내려간 적도 있었다. 지금이 역사적 최저치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 중요한 맥락이 있다. 미국 가계의 순자산(net worth)은 2024년 말 기준 약 169조 달러로, 2019년 말 대비 GDP의 30%p 이상 늘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 가치가 크게 불어난 계층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다. 저축률 하락이 반드시 궁핍의 신호는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미국 가계 소비는 GDP의 약 68%를 차지한다. 이 소비를 떠받치는 기둥은 세 개다. 첫째는 노동소득, 둘째는 신용(신용카드·자동차 할부·학자금 대출), 셋째는 자산에서 비롯된 부의 효과다. 저축률이 낮다는 것은 이 세 기둥 중 노동소득 하나만으로는 소비를 감당하지 못해 나머지 두 기둥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신용 기둥이 얼마나 튼튼한가다. 미국 신용카드 연체율(30일 이상)은 2025년 1분기 기준 약 3.1%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도 2024년 말 기준 8.5%에 달했다. 단,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3.6%로 아직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0%와는 거리가 멀다.

2007 직전 사이클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선명하다. 2007년 직전, 미국 가계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99%에 달했고 저축률은 2.5%였다. 당시 부채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고, 자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부의 효과가 역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소비가 무너졌다. 오늘날 가계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약 73%로 낮아져 있다.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구조, 즉 레버리지 자체가 2007년보다 덜 위험한 상태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저축률 하락을 곧 소비 붕괴의 예고편으로 읽는 시각이 많지만, 이 지표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미국 상위 20% 가구가 전체 소비의 약 40%를 담당한다. 이 계층은 주식 포트폴리오와 부동산 덕분에 자산이 불어난 상태라,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려도 재무 건전성이 유지된다. 반면 하위 40% 가구는 이미 저축 여력 자체가 거의 없다. 집계된 저축률 수치는 이 두 집단의 전혀 다른 현실을 하나의 숫자로 뭉개버린다.

저축률은 평균이다. 그리고 평균은 발이 냉동실에, 머리가 오븐에 있는 사람의 체온을 '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신용카드 연체율이 4%를 넘어서고 동시에 실업률이 5% 위로 올라선다면, 그때 저축률 3%대는 공황의 신호가 아니라 공황의 시작점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미국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FRED) — Personal Saving Rate

미국 연방준비제도 — Financial Accounts of the United States (Z.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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