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기후 목표를 버린 2025년

세계은행이 기후 목표를 버린 2025년
워싱턴 D.C.에 위치한 세계은행 본부. 기후 목표 철회 결정이 내려진 곳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5년, 세계은행은 2030년까지 전체 대출의 35%를 기후 관련 사업에 배정하겠다는 목표를 공식 철회했다. 이 목표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 COP26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표됐다. 당시 세계은행은 연간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 중 350억 달러를 기후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4년 만에 방향이 바뀌었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세계은행(World Bank)은 개발도상국에 저금리 자금을 빌려주는 국제기구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나라들의 마지막 대출 창구 역할을 한다. 세계은행이 어디에 돈을 쓰느냐는 단순한 기관 방침이 아니라, 수십 개 저소득국의 개발 방향 자체를 결정하는 신호다.

기후 목표를 '버렸다'는 표현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은행은 이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보다 도로, 항만, 천연가스 인프라 같은 전통적인 성장 사업에 다시 자원을 배분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구체적으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는 최빈국 지원의 우선순위를 기후 적응보다 경제 성장과 식량 안보에 두겠다고 밝혔다. 기후 '완화'(탄소 배출 줄이기)와 기후 '적응'(기후변화에 버티기) 모두 후순위로 밀렸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다. 세계은행의 최대 출자국인 미국은 2025년 들어 다자개발은행의 기후 의무 조항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지분 약 15.6%를 보유한 미국의 입김은 이사회 의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은 단순한 국제기구가 아니라 지정학적 역학관계의 산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세계은행이 기후 목표를 내세운 것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본격화됐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은행의 기후 관련 누적 대출은 약 835억 달러로, 전체 대출의 약 26%였다. 2021년 글래스고 선언 이후에는 이 비율을 35%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도 잇달아 비슷한 목표를 발표하며 이른바 '녹색 다자주의'의 흐름이 형성됐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처음부터 긴장이 내재해 있었다. 기후 사업은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실패 위험도 높다. 저소득국 입장에서는 당장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놓이는 것이 더 급하다. 세계은행 내부에서도 '기후 목표 때문에 실제 개발 효과가 줄어든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균열이 외부의 정치적 압력과 맞물리면서 2025년에 표면화됐다.

비교 대상으로 1980년대 세계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다. 1980년대 세계은행과 IMF는 대출 조건으로 민영화, 재정 긴축,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당시 이 정책은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불렸다. 일부 나라에서는 성장이 일어났지만,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2025년의 전환은 '기후 컨센서스'에서 다시 '성장 컨센서스'로의 회귀처럼 읽힌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많은 사람이 세계은행의 이번 결정을 '환경을 포기했다'는 식으로 단순화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해석은 이것이다. 세계은행은 기후 자금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수치 목표를 없앤 것이다. 기후 관련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지만, 그 비율이 고정된 수치로 묶이지 않는다. 결국 기후 대출이 다른 우선순위 사업과 매번 예산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표가 없으면 책임도 없다. 수치가 사라지면 측정도, 비판도 어려워진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다자개발은행의 기후 대출 비율이 2021년 고점 대비 5%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해가 나타난다면,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전환 속도가 설계보다 10년 이상 늦어지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


참고자료

World Bank — Climate Change Overview

World Bank — Global Economic Prosp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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