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5.5%로 끌어올렸다. 4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상 속도였다. 그런데 이 역사적 긴축의 출발점은 치욕스러운 오진(誤診)이었다. 2021년 내내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치솟는 물가를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불렀다. 그 단어 하나가 정책 대응을 최소 6개월 늦췄고, 결국 연준은 불을 진화하는 대신 불길 속으로 뛰어든 꼴이 됐다.
음모론자들은 이 실패를 의도된 부패나 엘리트의 설계로 읽는다. 진실은 훨씬 더 불편하다. 연준에 나쁜 의도는 없었다. 다만 시대에 뒤떨어진 지도와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로 21세기 경제의 불을 끄려 했을 뿐이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회의체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이 위원회는 12개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돌아가며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그 12개 지역 구분은 1913년 연방준비제도법이 제정될 때 확정됐다. 당시 미국은 농업과 철강이 경제의 중심이었고, 달라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변방 도시에 불과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 경제의 무게중심은 남부와 서부로 이동했지만, 지역 경계선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연준이 주로 들여다보는 지표들도 문제다.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 통계는 현상이 이미 굳어진 뒤에야 집계된다. 경기가 이미 과열되거나 냉각된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셈이다. 백미러만 보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특히 팬데믹 이후 공급망 교란, 재택근무의 확산, 디지털 서비스 경제의 팽창은 전통 지표가 포착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격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정치라는 변수가 더해진다. 연준은 법적으로 독립적이지만, 의회와 행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릴 때마다 연준은 그 부산물인 인플레이션을 떠맡는다. 2021년 미국 정부는 GDP의 약 12%에 해당하는 재정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연준이 금리를 올려 긴축해도 정부가 동시에 지갑을 열면 효과는 반감된다. 한쪽이 끄는 불을 다른 쪽이 다시 지피는 구조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연준의 정책 결정은 세 단계로 움직인다. 먼저 경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경제 모델에 입력해 전망을 만든 뒤, FOMC 회의에서 금리를 결정한다. 각 단계마다 지연이 발생한다. 데이터는 수집 후 발표까지 수 주가 걸리고, 모델은 과거 패턴에 기반해 미래를 추정하며, 금리 결정이 실물 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에서 18개월이 더 필요하다.
역사는 이 구조적 지연이 얼마나 위험한지 반복해서 보여줬다. 1970s연준 의장 아서 번스는 1970년대 내내 닉슨 행정부의 압력과 잘못된 물가 진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인플레이션을 두 자릿수까지 방치했다. 그를 대신해 수습에 나선 것은 1979년 폴 볼커였다. 볼커는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는 극약처방을 썼고 물가는 잡았지만, 실업률은 10.8%(1982년 12월 기준)까지 치솟았다. 도구가 뭉툭할 때 치료는 언제나 환자에게 고통스럽다.
오늘날의 연준은 1970년대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양이 늘수록 노이즈도 함께 증가했다. 실시간 위성 데이터, 신용카드 거래 집계, 기업 재고 추적 같은 대안적 선행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연준의 공식 결정 체계 안으로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연준의 실패를 의지나 도덕성의 문제로 본다. 그러나 연준이 2021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불렀을 때,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오판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주류 경제학자들도 같은 판단을 공유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문제는 측정 도구의 한계와 제도 설계의 경직성이다. 나쁜 사람들이 나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나쁜 도구로 좋은 결정을 내리려다 실패한 것이다. 이 차이는 처방을 완전히 바꾼다. 음모론에서 출발하면 인물 교체로 끝나지만, 구조 분석에서 출발하면 제도 개혁이 보인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연준이 "금리 동결"을 선언하면서도 물가 목표치(2%)를 계속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중앙은행의 배신이 아니라 측정 도구와 경제 현실 사이의 간극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Federal Reserve — FOMC 공식 설명 및 회의록
IMF — World Economic Outlook (세계경제전망 보고서)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 Consumer Price Index (소비자물가지수 원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