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노르웨이는 국토 전력의 약 90%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며, 그 한계비용(추가 1킬로와트시를 더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사실상 0에 가깝다. 반면 독일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2022년 한때 메가와트시당 700유로를 넘어섰다. 같은 물리적 상품이 국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백 배 차이가 나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 바로 이 역설에서 유럽 단일 에너지시장 논쟁이 시작된다.
유럽연합은 수십 년째 회원국 간 전력 국경을 허무는 통합 작업을 진행해왔다. 교과서 경제학은 명쾌하다. 시장이 통합될수록 가격은 균형점으로 수렴하고, 전체 후생은 커진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전체 후생'이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단일 에너지시장이란 회원국들이 전력망을 연결하고, 전기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체제다. 개념은 단순하다. 낮은 가격의 잉여 전력이 높은 가격의 결핍 지역으로 흘러가면, 판매국은 수입을 얻고 구매국은 값싼 전기를 쓰니 양쪽 다 이득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 이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논리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위에 선다. 저비용 전력을 생산하는 나라가 그 저비용의 이점을 충분히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력이나 원자력처럼 한계비용이 매우 낮은 전원을 보유한 나라는 통합 시장에서 가격이 자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지기보다 유럽 평균으로 눌릴 가능성이 있다. 즉, 비싼 전기를 만드는 나라들이 값싼 전기를 만드는 나라에 '무임승차(free rider)'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
무임승차란 어떤 혜택을 비용 부담 없이 누리는 상황을 말한다. 노르웨이가 수십 년에 걸쳐 댐을 짓고 수력 발전 인프라에 투자했는데, 통합 시장이 그 저렴한 전기를 유럽 전역에 평균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강제한다면, 투자의 과실은 유럽 전체가 나눠 갖고 비용은 노르웨이 혼자 짊어진 셈이 된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현재 유럽의 전력 거래는 '커플링(market coupling)'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국 전력 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송전 여유가 있을 때 가격이 높은 쪽으로 전기가 자동으로 수출된다. 이론적으로는 국경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역사적 비교를 들자면, 1996년 유럽연합이 전력시장 자유화 지침(Directive 96/92/EC)을 도입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저렴한 전기를 자국 소비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구조를 지키려 했고, 독일과 영국의 자유화 압력에 저항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같은 구조의 갈등이 더 큰 무대에서 반복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경제지역(EEA)을 통해 전력 시장 일부와 연동되어 있다. 2021~2022년 전력 가격 급등 당시, 노르웨이 국내에서는 수력 발전으로 만든 자국 전기가 해외로 팔려나가면서 국내 전기요금이 치솟자 강한 반발이 일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수력 저수지 수위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정치적 반발'의 실제 모습이다.
통합은 평균을 높이지만, 평균 이하에 있던 나라를 끌어올리는 것과 평균 이상에 있던 나라를 끌어내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많은 사람이 '시장 통합 =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등식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경제 분석에 따르면 시장 통합은 전체 후생을 늘리는 경향이 있을 뿐, 모든 참여국의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책 입안자들이 세심하게 따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탄소 전기를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나라는 시장 통합으로 가격 결정력을 잃을 수 있다. 통합 이전에는 자국 전기 요금을 낮게 유지하며 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수 있었던 나라가, 통합 이후에는 유럽 평균 가격을 따라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 손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회비용'으로 남는다. 그 비용을 누가 보전해주는가에 대한 합의 없이 진행되는 통합은 언제나 분열의 씨앗을 안고 간다.
시장이 만들어내는 효율은 중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항상 누군가의 비용으로 다른 누군가의 이득을 만든다. 그 '누군가'가 국가일 때, 합의 없는 효율은 정치적 위기가 된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저탄소 전원 보유국이 수출로 얻는 수익보다 자국 산업의 저렴한 전기 이용 포기분이 크다고 판단하는 순간, 유럽 단일 에너지시장은 탈퇴 압력에 직면하게 된다. 그 신호는 해당국의 에너지 수출 제한 입법 논의에서 먼저 포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