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00일, 중앙은행은 왜 침묵하는가

전쟁 100일, 중앙은행은 왜 침묵하는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의실. 금리 결정은 단 한 번의 수치가 아니라 수십 개의 신호를 종합한 판단에서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봄,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100일이 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 중앙은행(BOE)은 각각 금리를 동결했다. 전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는 동안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보험료 급등과 우회 항로 전환으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두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았다. 이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하나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률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금리를 올려 소비를 줄이고, 성장이 둔화하면 금리를 내려 대출을 늘린다. 문제는 전쟁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자극할 때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지만(인플레이션 압력), 동시에 기업 비용이 늘고 소비 여력이 줄어 성장도 꺾인다. 금리를 올리면 성장을 더 짓누르고, 내리면 물가를 더 자극한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부르는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하는데, 이는 정책 당국에 좀처럼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안긴다. 이번 동결은 두 은행 모두 이 딜레마 앞에서 더 많은 정보가 쌓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다.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경제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BOE 역시 "에너지 가격 경로의 불확실성이 통화정책 방향 결정을 유보하게 한다"고 했다. 둘 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방패로 삼았다. 이는 약점이 아니라 전략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금리를 움직이면 그 오류를 되돌리는 데 몇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2026년 1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고, 동시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4%로 여전히 BOE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4월 CPI는 전년 대비 3.1%를 기록하며 Fed의 목표치 2%를 초과한 상태에서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숫자가 중앙은행에 명확한 방향을 가리키지 않고 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전쟁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에너지 가격이다. 이란은 2025년 기준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이는 OPEC 전체 생산량의 약 8%에 해당한다. 분쟁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제한하면 공급 쇼크가 발생해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다. 둘째, 금융시장 불안이다. 전쟁 기간 글로벌 주가 변동성 지수(VIX)는 발발 초기 30 이상으로 치솟았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기업 설비투자가 줄고 성장이 둔화한다. 셋째, 무역 경로 혼란이다. 중동을 경유하는 해상 화물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게 되면 운송 비용이 40% 이상 늘어나는데, 이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

1973 역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장면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다. 당시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원한 서방 국가들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고, 국제 유가는 4개월 만에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4배 폭등했다. 미국의 197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에 달했고, 같은 해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5%를 기록했다. Fed는 당시 물가 잡기에 집중해 금리를 올렸는데, 이미 식어가던 경기를 더 냉각시켜 불필요한 침체를 깊게 했다는 평가를 나중에 받았다. 당시 흔히 오해됐던 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일쇼크를 단기 충격으로 봤지만, 실제로 물가 압력은 1980년대 초까지 10년 넘게 지속됐고 Fed는 1979~1981년에야 폴 볼커 의장 주도로 기준금리를 무려 20%까지 올려서야 인플레이션을 제압할 수 있었다.

오늘의 중앙은행들이 1973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못된 타이밍의 금리 조정 한 번이 10년짜리 고통을 만들 수 있다는 기억이 정책 결정 테이블에 여전히 살아 있다.

"중앙은행가에게 불확실성이란 무지의 고백이 아니라, 가용한 정보가 특정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정밀한 판단이다." — 벤 버냉키, 2010년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을 '아무것도 안 한다'는 수동적 선택으로 읽는다. 그러나 동결은 그 자체로 적극적인 메시지다. 현재 금리 수준이 경제에 이미 작용하고 있으므로 추가 조치 없이 데이터를 관망하겠다는 선언이다. 특히 전쟁처럼 공급 측 충격, 즉 기업이나 국가가 물건을 만들거나 운반하는 능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상황이 원인일 때, 금리를 올린다고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금리 도구는 수요를 조절할 수 있지만 공급 충격 자체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이 구분을 모르면 "왜 인플레이션인데 금리를 안 올리냐"는 잘못된 질문을 하게 된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3개월 이상 지속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물량이 전쟁 전 대비 30% 이상 감소하면, 그때는 Fed와 BOE 모두 동결을 포기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금리를 움직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미국 연방준비제도 — FOMC 성명 및 회의록

영국 중앙은행(BOE) — 통화정책 요약 및 의사록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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