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의 부활, 그 이면의 채권 덫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3월, 일본은행(Bank of Japan)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17년 만에 종료했다. 기준금리는 2025년 말 기준 0.5%까지 올라섰다. 숫자만 보면 미미하지만, 20년 가까이 '제로 이하'에 갇혀 있던 일본 금융 시스템에 이 변화는 지각 변동에 가깝다. 대형 은행들의 주가는 2023년 이후 두 배 이상 뛰었고, 미쓰비시UFJ(MUFG)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은행 자리를 다시 넘보고 있다. 그런데 이 황금기의 빛 아래 작은 지방은행들은 조용히 다른 셈을 하고 있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은행이 돈을 버는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예금자에게 낮은 이자를 주고, 대출자에게 높은 이자를 받는다. 그 차이를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 NIM)'이라 부른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가 먼저,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금 금리는 천천히 따라오기 때문에 NIM이 확대되고 은행 수익성이 개선된다. 일본 대형 은행들이 지금 누리는 혜택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지방 소형 은행들이 금리가 거의 0%이던 시절, 남아도는 예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국채(JGB, 일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는 데 있다. 채권은 고정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이다. 금리가 낮을 때 발행된 채권을 들고 있으면, 금리가 오른 지금 그 채권의 시장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시소 관계이기 때문이다. 팔면 손해, 안 팔면 낮은 수익률을 계속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금융청(FSA) 집계에 따르면 일본 전체 지역 금융기관의 보유 채권 평가 손실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약 10조 엔(GDP 대비 약 2.8%)에 달했다. 이 숫자는 금리가 추가로 오를수록 커진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지방은행이 처한 딜레마를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다. 2000년대 초부터 일본은 1990년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 완화와 제로 금리 정책을 이어갔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는 줄고 기업 대출 수요도 쪼그라들었다. 예금은 쌓이는데 빌려줄 곳이 없으니, 은행들은 그나마 안전하다는 국채를 샀다. 수익률이 연 0.1~0.3%에 불과해도 선택지가 없었다.

그러던 2022~202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엔화 약세가 심화되자 일본은행도 결국 정책 전환에 나섰다. 금리가 오르자 이들이 보유한 장기 국채의 가격은 뚝 떨어졌다. 비슷한 패턴은 2023년 미국에서도 목격됐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저금리 시절 사들인 장기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했고, 예금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돈을 빼내면서 단 48시간 만에 파산했다. 일본 지방은행들은 SVB와 규모와 구조가 다르지만, '저금리 채권 과다 보유'라는 핵심 구조는 같다.

결정적 차이는 예금 이탈 속도다. SVB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에 집중된, 성격이 비슷한 예금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안이 순식간에 퍼졌다. 일본 지방은행의 예금주는 대부분 고령의 지역 주민으로, 이탈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그러나 이는 위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위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평가 손실'은 실제 손실이 아니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은 돌아온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시중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감수해야 하고, 급하게 유동성이 필요해 채권을 팔아야 하는 순간 손실은 장부를 벗어나 현실이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낮은 수익률 채권에 자산을 묶어두는 동안, 지방은행은 금리 상승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대형 은행이 황금기를 맞이할 때 지방은행은 그 잔치에 반만 초대받은 셈이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일본은행의 기준금리가 1%를 넘어서는 시점에서 지방은행들의 채권 평가 손실이 자기자본의 몇 퍼센트를 잠식하는지, 그 비율이 10%를 넘어서면 지역 금융 시스템의 신뢰가 흔들리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일본 금융청(FSA) — 지역 금융기관 건전성 보고

일본은행(Bank of Japan) — 금융 통계 데이터베이스

함께 읽으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