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년 만에 재정긴축 선택한 이유

중국, 2년 만에 재정긴축 선택한 이유
베이징 재정부 청사. 중국은 2026년 들어 2년 만에 처음으로 누적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누적 재정적자가 줄어들었다. 내수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 전선에 미국의 관세 압박이 겹친 시점에, 베이징은 지출을 늘리는 대신 허리를 졸라매는 쪽을 골랐다. 긴축 재정이란 정부가 세입보다 지출을 줄여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정책을 말한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긴축을 선택하는 것은 교과서적 처방과 정반대다.


숫자로 보면 무엇이 중요한가: 적자 축소 뒤에 숨은 맥락

중국 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5월 누적 일반공공예산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지출 증가율은 그보다 낮게 유지됐다. 그 결과 누적 재정적자는 2023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은 2025년 공식 재정적자 목표를 GDP 대비 4%로 설정했는데, 이는 199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데 실제 집행 속도는 그 목표선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념과 어긋나는 수치가 하나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6년 들어 수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권에 머물렀다. 물가가 내려가는 국면에서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민간의 구매력 공백을 더욱 키운다. 디플레이션 압력(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의 긴축은 경제 논리상 수요를 더 짓누르는 방향이다.

무역 측면에서도 맥락이 있다. 미국이 2025년 중반부터 중국산 상품에 최고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의 대미 수출은 급격히 위축됐다. 수출 감소분을 내수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 긴축은 내수 자극과 상충한다. 베이징이 이 모순을 알면서도 긴축을 택했다는 사실이 이번 결정의 핵심 수수께끼다.


역사적으로 비슷한 장면: 1997년 한국이 직면한 선택

1997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강력한 긴축 재정을 실시했다. 예산을 삭감하고 금리를 연 25%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IMF는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외국 자본이 돌아온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처방이 오히려 경기 침체의 깊이를 키웠다는 점이다. 한국의 실질 GDP는 1998년 한 해에만 5.1% 급감했다.

1990년대 말 IMF조차 나중에 자인했듯, 이미 내수가 무너진 상황에서의 조기 긴축은 수요 공백을 더 파헤친다. 한국은 결국 1999년부터 확장 재정으로 전환한 뒤에야 회복 궤도에 올라섰다. 한국의 경험은 긴축의 시점이 긴축의 규모만큼이나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의 중국과 구조적 공통점이 있다. 외부 충격(관세 혹은 자본 이탈)으로 수출이 막히고,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재정이 수축한다는 패턴이다. 차이는 한국은 외부에 의해 강제된 선택이었고 중국은 자발적 결정이라는 점인데, 그 자발성의 이유가 이 글의 핵심 질문이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긴축의 진짜 의도

1997년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는 긴축의 동인이다. 한국은 외환 보유고가 바닥났고 선택지가 없었다. 중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026년 기준 약 3조 2천억 달러로, 구조적 위기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왜 긴축인가. 두 가지 해석이 맞선다.

첫째, 지방정부 부채 관리다. 중국 지방정부는 토지 매각 수익이 급감하면서 2023~2025년 사이 숨겨진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베이징 입장에서 중앙 재정 지출을 줄이는 것은 지방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중앙이 결국 구제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방만하게 운영하는 행태)'를 차단하는 신호로 읽힌다. 둘째, 무역 협상 레버리지다. 재정을 아껴두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부양 카드를 나중에 꺼낼 수 있다. 지금 쓰면 나중에 쓸 탄약이 없다.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

낙관 시나리오: 미·중 관세 협상이 2026년 하반기 안에 실질적인 관세 인하로 귀결될 경우, 중국은 억눌렀던 재정 지출을 한꺼번에 풀 여지가 생긴다. 수출 회복과 내수 부양이 동시에 작동하면 2026년 GDP 성장률이 목표치인 5% 부근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긴축은 협상력을 보존한 영리한 선택으로 평가될 것이다.

중립 시나리오: 관세 협상이 소강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하반기에 인프라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점진적으로 풀 경우, 성장률은 4% 중반대에서 안정을 찾는다. 긴축은 단기 전술에 그치고, 연간 재정 기조는 여전히 확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관 시나리오: 관세 갈등이 장기화되고 내수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재정 긴축은 수요를 추가로 압박해 성장률이 3%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 특히 민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 정부 지출 감소분을 메울 민간 수요의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 시나리오의 전개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중국 월간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유지하는 동안 재정적자 축소 기조가 이어진다면, 그것은 정책 여력을 비축하는 전술이 아니라 내수 수축을 방치하는 실책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으로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중국 재정부 (Ministry of Finance, PRC) — 공식 재정 통계

IMF World Economic Outlook — 중국 성장률 전망

World Bank — China Country 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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