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
2026년 6월,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득표 차이는 역대 최소 수준이었다. 투자자들은 개장 직후 환호했지만, 그 랠리는 몇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시장이 두려워한 것은 패배가 아니라 박빙 자체였다. 콜롬비아 페소화는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했고, 국채 스프레드는 다시 벌어졌다. 시장은 이미 계산을 끝낸 것이다. 승자가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채 절반에 가까운 나라를 등에 업고 집권하면, 정책 공약은 선언으로 남는다.
1994살리나스의 유산: 강한 의지, 얇은 위임
콜롬비아의 이번 장면을 이해하려면 멕시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는 1988년 대선에서 부정 선거 의혹을 안고 50.7%로 집권했다. 그는 강력한 시장 개혁을 밀어붙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고, 국영 기업을 민영화했다. 페소화는 안정됐고, 외국인 직접투자는 1988년 19억 달러에서 1993년 48억 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살리나스의 위임은 처음부터 균열을 내포하고 있었다. 농촌 빈곤층과 원주민 공동체는 개혁의 수혜권 밖에 있었고, 1994년 1월 NAFTA 발효 당일 치아파스에서 사파티스타 봉기가 터졌다. 국제 금융계가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이 봉기는 경제 실패의 산물이 아니라 '대표되지 못한 절반'의 반응이었다. 살리나스의 후계자 에르네스토 세디요는 임기 초 대외 단기 채무 290억 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페소화를 평가절하했고, 1994~1995년 멕시코 금융위기, 이른바 '테킬라 위기'가 터졌다. 강력한 개혁가가 박빙 위임으로 집권할 때, 구조적 취약성은 그대로 남는다.
에스프리에야의 콜롬비아와 구조적 공통점은 뚜렷하다. 도시 중산층과 금융 자본은 개혁을 지지하지만,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방 빈곤층과 원주민 지역사회는 다른 표를 던졌다. 의회 과반수 없이 세금 개혁과 에너지 정책을 바꾸려 하면, 살리나스가 걸어간 길의 초반부를 다시 걷게 된다.
2010데이비드 캐머런의 연립 방정식: 위임 없는 긴축
두 번째 비교 대상은 영국이다.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은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노동당 정부가 남긴 GDP 대비 10.2%의 재정적자를 물려받았지만, 단독 집권 위임은 없었다. 그는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긴축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정부 지출을 5년간 GDP 대비 약 5%포인트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시장은 초기에 호응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0년 중반 4%대에서 2012년 1%대 중반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이 금리 하락의 절반 이상은 영란은행의 양적완화, 즉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국채를 직접 매입해 금리를 낮추는 정책 덕분이었고, 재정 긴축만의 성과로 볼 수 없었다. 연립의 제약 속에서 캐머런의 긴축은 원안보다 희석됐고, 의료·교육 예산을 둘러싼 연립 파트너와의 갈등도 계속됐다.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라도, 위임이 쪼개진 순간 정책의 속도와 범위는 조율의 산물이 된다.
에스프리에야가 처한 상황은 여기서도 겹친다. 시장 친화적 공약, 즉 에너지 부문 투자 확대와 재정 건전화는 의회 과반수 없이는 예산안 하나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어렵다. 콜롬비아 의회는 분점 가능성이 높고, 구스타보 페트로 전 대통령이 조직한 좌파 연합 세력은 여전히 유효한 입법 블록이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살리나스와 캐머런은 각각 자국 내 강력한 집권 구조, 멕시코의 제도혁명당 관료 기계와 영국 웨스트민스터의 연립 협상 전통을 등에 업고 있었다. 에스프리에야의 콜롬비아는 상황이 다르다. 페트로 집권 4년간(2022~2026) 반시장 정책으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위축됐고, 에너지 부문 불확실성으로 콜롬비아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즉 채무불이행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 지표는 주요 중남미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은 구원자를 원했지만, 박빙 승리는 구원자가 아니라 협상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결정적 차이는 지정학적 맥락에도 있다. 살리나스 시대는 미국이 중남미 자유화를 적극 지원하던 '워싱턴 컨센서스'의 절정기였다. 오늘의 콜롬비아는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겹치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외부 순풍이 없으면, 박빙으로 집권한 지도자의 내부 개혁 여력은 더욱 좁아진다.
Penseur의 판단
선거 직후 랠리가 수 시간 만에 되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차익 실현이 아니다. 시장은 에스프리에야의 정책 의지가 아니라 입법 실행 능력을 할인하고 있다. 콜롬비아 페소화 환율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취임 후 3개월 안에 개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오는지, 그리고 의회 예산 심의에서 에너지 및 세제 법안이 원안 대비 얼마나 희석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 새 행정부가 의회 과반수 없이도 2026년 정기국회에서 핵심 법안 두 개 이상을 통과시키면 시장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가 하나에 그칠 때, 콜롬비아 자산은 다시 정치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다.
참고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 중남미 재정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