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수혜자, 튀르키예의 계산법

이란 전쟁의 수혜자, 튀르키예의 계산법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선. 튀르키예는 동서 무역의 물리적 교차점에 위치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지역의 무역·에너지·물류 지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튀르키예는 조용히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수출 우회로를 제공하고, 에너지를 중개하고, 재건 계약을 노리는 이 나라의 전략은 분쟁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파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비대칭적인지를 보여 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실제로 무슨 의미인가

'분쟁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란 전쟁이 직접 당사국이 아닌 주변국 경제에 미치는 연쇄 영향을 뜻한다. 긍정적 파급과 부정적 파급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원유·천연가스 공급로가 막히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 산유국은 이득을 보고 수입국은 타격을 입는다. 무역 통로가 막히면 우회로를 제공하는 나라가 물류 허브로 부상한다. 튀르키예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이란과의 국경 무역도 유지하는 나라다. 이란 제재 국면에서도 튀르키예 금융 시스템을 통한 이란 자금 흐름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 에너지가 튀르키예를 경유해 유럽으로 재수출됐고, 그 과정에서 튀르키예의 무역 중개 수입은 급증했다. 2022년 튀르키예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 대비 약 109% 증가했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비용도 따른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 체계에 걸릴 위험,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작동한다. 2024년 튀르키예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고 75%를 넘어서며 199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 특수는 공짜가 아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튀르키예가 분쟁 파급 효과를 흡수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에너지 중개다. 이란산 가스와 러시아산 원유가 튀르키예의 정유·파이프라인 인프라를 통과하면서 마진이 발생한다. 튀르키예는 현재 러시아 천연가스 유럽 수출의 약 44%가 통과하는 TurkStream 파이프라인의 운영 거점이다.

둘째, 무역 우회다.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강화될수록 이 나라들은 정상 무역 통로를 잃는다.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이 튀르키예 상인들이다. 이스탄불과 트라브존의 수출 데이터를 보면 제재 강화 시기마다 이란·러시아 방향 수출이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된다. 2023년 튀르키예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년 대비 약 82% 증가했다.

셋째, 전후 재건 계약이다. 중동에서 분쟁이 끝나면 인프라 재건이 시작된다. 튀르키예 건설 기업들은 이미 이라크·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행한 실적이 있다. 2023년 기준 튀르키예 건설업의 해외 프로젝트 총액은 약 475억 달러로 집계된다.

"중립은 두 편 모두로부터 거래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 두 편 모두로부터 의심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 패턴을 가장 잘 보여 준 나라는 스위스다. 두 차례 세계대전 동안 스위스는 교전국 모두와 금융·무역 관계를 유지하며 국부를 쌓았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스위스의 GDP는 전쟁 전 대비 약 4% 성장했는데, 주변 교전국들이 10~30% 수축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대부분이 오해하는 것

많은 사람이 '전쟁 수혜국'을 단순히 무기를 파는 나라로 이해한다. 그러나 분쟁의 경제적 파급에서 더 큰 몫은 물류·금융·에너지 중개를 쥔 나라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튀르키예가 이란에 무기를 팔지 않더라도, 이란이 쓸 수 있는 달러 결제 통로를 제공하거나 이란산 석유의 출처를 세탁해 주는 역할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 문제는 그 이득이 재무제표에는 잡히지만 제재 리스트에도 동시에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익과 위험이 같은 통로로 흘러 들어온다.


독자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와 미국 재무부의 제재 언급 빈도가 동시에 오를 때, 그 순간이 이 나라의 중개자 전략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신호다.


참고자료

튀르키예 통계청(TÜİK) — 무역·물가 통계

IMF World Economic Outlook — 튀르키예 경제 전망

튀르키예 대통령실 — 에너지·무역 정책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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