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2025년 이란의 선택

오늘의 장면

하루 약 2,100만 배럴. 전 세계 석유 해상 무역량의 20퍼센트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닫혔다. 이란 합동군사령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봉쇄 선언 자체가 무기가 된 순간,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973야마니와 오일 쇼크: 석유를 정치 언어로 만든 사람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는 1973년 10월,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 회원국들을 설득해 미국과 네덜란드 등 이스라엘 지지국에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원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네 달 만에 네 배 올랐다. 2024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6달러에서 65달러로의 급등에 해당한다.

그런데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야마니 자신은 금수조치가 장기적으로 아랍 세계에 불리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고유가가 서방의 에너지 대안 개발을 앞당길 것임을 내다본 것이다. 실제로 1973년 이후 북해 유전 개발과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건설이 속도를 올렸고, OPEC의 장기 점유율은 오히려 줄었다. 야마니는 도구를 휘둘렀지만, 그 도구가 결국 자신의 손을 옭아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의 이란 봉쇄와 구조적으로 닮은 지점이 여기 있다. 에너지를 지정학적 압박의 수단으로 쓰는 행위는 단기 충격을 만들지만, 그 수단을 반복할수록 상대방의 내성도 높아진다.


1980호메이니와 이란-이라크 전쟁: 해협을 처음 무기화한 결정

1980년 9월 이라크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은 8년간 이어졌다. 이 시기 이란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1987년에는 이란이 쿠웨이트 유조선에 기뢰를 부설하면서 미국 해군이 호위 작전, 이른바 '어니스트 윌' 작전을 펼쳤고, 페르시아만은 준전시 수역이 됐다.

루홀라 호메이니의 계산은 명확했다. 서방이 해협을 지키기 위해 역내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이란혁명의 '반제국주의' 서사가 국내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논리였다. 적의 개입이 체제를 강화하는 역설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날 때 이란 경제는 GDP의 50퍼센트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의 이란 지도부가 서 있는 자리는 호메이니의 1980년대와 구조가 비슷하다. 핵협상 테이블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는 행위는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협상 파트너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기모순을 내포한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1973년과 1980년대의 봉쇄 위협은 공급 측면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치명적이었다. 당시에는 OPEC 산유국 외의 대안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약 1,300만 배럴로 1970년대의 두 배에 가깝고, 카타르와 호주를 포함한 LNG 공급망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부분적 우회로를 제공한다. 유럽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다변화에 이미 수천억 유로를 쏟아부었다.

결정적 차이는 이란의 내부 조건이다. 1973년의 사우디와 1980년의 이란은 각각 오일달러 흑자와 혁명 직후의 내부 결속이라는 자원이 있었다. 현재 이란의 외환보유액은 국제 제재로 대부분 동결돼 있고, 리알화 가치는 2015년 핵합의(JCPOA) 체결 당시 대비 90퍼센트 이상 하락했다. 봉쇄를 지속할 경제적 체력이 야마니나 호메이니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Penseur의 판단

호르무즈 봉쇄는 이란이 꺼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그 카드를 꺼내는 순간 협상 테이블의 판세는 바뀐다. 핵협상 상대방은 경제적 유인 대신 군사적 억지로 전환할 명분을 얻는다. 야마니의 1973년이 보여주었듯, 에너지 무기화는 단기 충격을 주지만 장기 구조를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재편하는 경향이 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이란의 봉쇄가 2주를 넘길 때, 그것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 위기의 신호로 읽어야 한다.


참고자료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World Oil Transit Chokepoints

IMF — World Economic Outlook (에너지 가격 충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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