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
2025년 6월 기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한때 3조 3천억 달러를 넘어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같은 시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세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미국 GDP의 약 30%에 육박했다. 이 숫자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1987년 2월, 일본 국민들도 비슷한 흥분 속에 있었다.
1987NTT: 민영화된 제국과 열광의 청구서
1987년 2월 9일, 일본전신전화공사(NTT)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공모가는 주당 119만 7천 엔. 상장 직후 주가는 160만 엔을 돌파했고, 이듬해 4월에는 318만 엔 고점을 찍었다. 당시 NTT 한 종목의 시가총액은 3천억 달러를 넘어 서독과 홍콩 증시 전체를 합친 것보다 컸다. 일본 국민 250만 명이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고, 정부는 이를 "국민주" 정책의 성공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NTT IPO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0배였다. 현재 엔비디아의 2025년 예상 PER이 40배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당시 일본 금융시장에서 이 수치는 "미래 성장의 선반영"으로 해석됐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와 초저금리 정책이 맞물리며 자산 가격 전반이 부풀어 있었다. NTT는 버블의 원인이 아니라 버블의 결정체였다.
일본은행은 1989년 12월 기준 할인율을 3.75%로 올렸지만, 연말에 정점을 찍은 자산 버블의 붕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모주에 투자한 이들은 13년을 기다려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다. NTT가 나쁜 기업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일본 통신 인프라의 근간으로 지금도 건재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2024젠슨 황: AI 인프라 독점자의 자리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1993년 회사를 창업할 때 그래픽 칩 회사를 만들었다. 2024년 그의 회사는 AI 연산에 필요한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H100 칩 하나의 가격은 약 3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가 경쟁적으로 이 칩을 사들이고 있고, 2025 회계연도 엔비디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122% 증가한 1천 304억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55%를 넘었다.
이 수치들은 NTT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을 만든다. 1987년 NTT의 기업가치는 상당 부분 "국가가 보증한 독점"이라는 규제적 해자(垓字. moat: 경쟁자가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경쟁 우위)에 기댔다. 민영화 직후에도 NTT는 유선 전화망 독점 사업자였다. 반면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GPU 기술 지배력과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쌓아온 CUDA 생태계 R&D 투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젠슨 황 본인도 인정하듯, 구글은 자체 TPU(텐서 처리 장치)를, 아마존은 트레이니움 칩을 개발 중이다. 핵심 고객들이 동시에 핵심 경쟁자로 변신하고 있다. NTT가 규제 완화 압력에 직면했듯, 엔비디아는 고객의 수직 통합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NTT와 엔비디아를 갈라놓는 가장 큰 차이는 금리 환경과 이익의 실재성이다. 1987년 NTT 투자자들은 실제 이익이 아니라 "언젠가 올" 이익에 200배 PER을 지불했다. 2025년 엔비디아는 실제로 분기에 22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낸다. 거품이라면 적어도 수익이 뒷받침되는 거품이다. 1987년 일본과 달리, 202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이미 고금리 사이클을 상당 부분 소화했다. 시스템 전체를 조이던 초저금리 부양책의 흔적이 덜하다.
그러나 구조적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NTT 버블이 꺼진 것은 NTT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일본 거시경제 전체의 반전이었다. 오늘날 "빅테크 거품"이 꺼진다면, 그 방아쇠 역시 엔비디아의 실적 악화가 아닐 수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등, 달러 신뢰의 균열, 혹은 AI 투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집단적 재인식이 더 가능성 있는 경로다.
Penseur의 판단
NTT는 나쁜 기업이 아니었다. 단지 나쁜 가격에 팔렸다. 엔비디아는 현재까지 수익 실적으로 가격을 일정 부분 정당화하고 있다. 두 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기업의 질이 아니라, 그 가격을 정당화하는 이익 성장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가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의 자체 칩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 매출 성장률을 따라잡는 시점, 그리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5%를 다시 돌파하는 시점이 겹친다면, 그것이 NTT 1990년과 가장 닮은 장면일 것이다.
참고자료
국제통화기금(IMF) —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